책 리뷰/ 작별들 순간들 - 배수아 (문학동네)

2025. 1. 17. 23:39독서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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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오래 붙들고 있었던 책이다.
술술 읽히지 않았다. 약간 어렵달까..?
단어가 어려웠다기보다는 장면 전개가 뚝뚝 끊겨서 화면을, 해당 장면을 이해하기가 좀 힘들었다. 한 문장을 몇 번이고 곱씹으면서 아주 찬찬히 읽은 책이다ㅎ

그 나름대로 마치 일기장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내 일기장도 보면 이랬다가 저랬다가 결론은 없고 과정 속 생각만 가득한.



보통 책을 읽을 때면 장면을 상상해 가면서 영화 보듯이 읽는 편인데, 산문을 본격적으로 읽어본 건 또 처음이라 새롭게 다가왔다. 소설과는 다른 날 것의 느낌이다.

게다가 기가 막힌 문장 솜씨로 유명한 배수아 작가 책이니 말이다. 작가의 토막토막 짧은 문장은 극 시나리오 속 상황 묘사처럼 그림이 굉장히 잘 그려진다.



왜 어려웠는지 에필로그를 읽고서야 이해가 갔다. 작가의 의도 그 자체였다. 동시다발적으로 뻗어나가는 생각을 담았다고 한다.

나에게 독서란 한 권의 책과 나란히 일어나는 동시성의 또다른 사건이지 책을 기억 속에 저장하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베를린 서가 주인의 정체가 궁금했었는데.. 궁금한 사람은 꼭 읽어보길ㅎㅎ

300페이지 가까이 되는 책을 마지막 장에서 비로소 이해하다니ㅋㅋ 미리 알고 책 읽기를 시작했었더라면 느낌이 매우 달랐을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더 읽어볼 것이다. 아주 오래 걸리더라도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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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프롤로그 연인 일곱번째 아이 낙엽을 헤치며 걷는 사람 WG, 그리고 개구리를 먹는 자 작별들 누가 우리에게 자연을 암시하는가 최초에 새를 가리킨 여인 내가 가진 넝마를 팔고 영혼의 서쪽 벽 9월의 황무지에서 고통 고요. 회색. 멀리 헝가리 화가의 그림 에필로그

 

책 소개

독일의 시골 정원에서 쓰인 ‘읽기-쓰기’의 생활 산문

신작 『작별들 순간들』은 읽기와 쓰기, 작가로 존재하기에 대해 쓴 산문으로 그 영토를 여행하는 데 가장 적합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읽기와 쓰기, 작가로서 존재하기에 대한 배수아 작가 특유의 세계가 베를린과 인근 시골마을의 오두막 정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긴 호흡의 산문으로, 2022년 5월부터 10월까지 문학동네 웹진 『주간 문학동네』에 밀도 높게 연재된 원고를 바탕으로 한다. 연재 당시 제목은 ‘순간들 기록 없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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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들 순간들

 

고요. 회색.

구름의 초현실적인 형상들 위로 지나가는데, 마치 시간의 허물처럼 엷은 평면의 몸을 가진 그 형상들은 존재하지 않는 나라를 이룬다.

나는 무성영화와 같은 글을 쓰고 싶어.
나는 스스로 만든 언어 안에 거주하기를 원했다.

내 언어는 무너지는 집이다.

내 얼굴은 상처투성이였지만, 나는 그 상처의 이유에 대해 어린아이답게 단 한 마디도 누설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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