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시간을 산 영화 -2- 약칭: 연쇄살인마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2024. 5. 15. 21:20영화·드라마 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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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주는 정보로 개인을 넘어
사회를 이해해보는 다큐멘터리



🍿나의 첫 전주영화제🍿
코로나가 방해했던 지난날은 잊고... 드디어 갔다 왔다
시간을 겨우 맞춰 보고 싶은 영화를 골랐다

그중 하나가 ‘약칭: 연쇄살인마’
이왕 영화제 가는데 GV는 필수지! 근데 35mm 필름으로 상영한다? 무조건이지!
시놉시스 정도는 읽고 나서 보고 싶은 거 선정하는데 이건 읽지도 않았다ㅋㅋㅋ

 

<약칭: 연쇄살인마>는 풍경 이론에 입각한 첫 풍경 영화 작품으로 꼽힌다. 무작위 연쇄 살인을 저지른 19살의 청년 나가야마 노리오를 따라가지만, 나가야마 개인을 묘사하기보다는 체포 전까지 그가 평생 보았을 법한 풍경을 정적인 장면으로 보여준다.

⬆️ 시놉시스 ⬆️

 
 

 


 

출처 전주국제영화제 홈페이지



영화에서 내가 주목한 부분은 크게 2가지다

1. 극단적 촬영기법
2. 배경에 따른 음악과 컷 분위기


1969년에 제작된 고전 영화이기도 하고 지금과는 어떻게 다르게 영화에 임했는지 궁금해서 유의 깊게 보기도 했다.


해당 글은 간략한 장면 설명이 간혹 포함됩니다.
 
 

출처 전주국제영화제 홈페이지

 

1. 극단적인 촬영기법 : 패닝, 줌아웃, 배속


앞서 시놉시스에 나와있듯, ‘약칭 연쇄살인마’는 풍경론에 입각한 첫 영화라는 사실 하나로 설명이 끝난다.

1968년 일본 각지에서 발생한 연쇄살인의 범인 나가야마 노리오가 이 영화이 주인공이다. 실화에 바탕을 두었고, 당시 19살이었던 연쇄살인자가 바라보았을 법한 풍경을 담아 시사한다. 간간히 들어가는 나레이션 역시 그의 일대기를 읊어 준다. (그래서일까 SBS ‘궁금한 이야기 Y’가 떠올랐다)

해당 스캔들이 당시 일본 미디어에 많이 노출이 되었는데, 그렇게 자극적으로 편집된 영상이 아닌 풍경만을 담아 실험적으로 찍었다고 전해진다. 이게 곧 풍경론. 게다가 일본 산업 부흥을 위한 ‘집단취직 제도’가 연쇄살인자를 통해 이 영화에 담기면서, 사회가 바라는 모습과는 모순적인 결과를 영화에서 시사하기도 한다.

특정 인간이 바라보았을 시선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패닝이 자주 사용되었다. 그것도 한 컷을 매우 오래 끌고 간다. 파노라마를 그려 나가듯 쭈-욱 이어진다. 그가 태어난 시골 동네 전경, 골목골목 우유 배달부들, 도심 속 각종 교통수단과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60년대 후반 일본을 고스란히 담았다.

익스트림 클로즈업 씬은 물론 꽤 긴 거리의 줌아웃 컷이 눈에 띈다. 필름카메라로 촬영한 게 맞나 싶은 정도의 줌 거리였다. 배속도 마찬가지. 의도적으로 빠르게 돌린 배속과 느린 배속 모두 사용했다. 필름에 대해 모르는 점이 많아, 영화 보면서 신기했던 부분이다. GV 속 설명을 빌리자면, 윤활하지 않은 19살의 시선을 담으려고 하지 않았을까 하고 추측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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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배경에 따른 음악과 컷 분위기


사실상 무성인 필름 영화에 색을 입혔다는 느낌을 강하게 주는 배경음악을 가졌다.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다. 멜로디가 있는 건 아니었다. 스릴러 영화에 나올 법한 스산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음악이다. 관악기 특유의 쇳소리는 영화 감상을 방해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던 걸까. 실제 내 옆자리 관객은 아예 귀를 막고 보기도 했다ㅋㅋ

시골과 도시. 배경을 크게 두 분류로 나눌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시골 풍경은 천천히 길게 느린 배속까지 활용한 반면, 도시 풍경은 짧은 컷 전환이 두드러진다.

이러한 장면들에 입체감을 더하는 게 음악이었다. 고요하고 적막하게 표현된 시골 배경음악은 고막을 찢을 듯한 관악기를 주로 사용했다. 반대로 도시 배경음악은 둔탁한 타악기를 사용하여 시각과 청각적인 부분에서 대비가 느껴진다. 어떤 악기로 표현하던 긴장감 유발하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에 탁월했다.

실제로 음악 연주자가 영화를 보면서 즉흥 연주를 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영상에 어우러지게 제작을 했다가 갈아엎고, 영상과 음악이 대치하는 형태를 띄도록 편견을 깨려는 의도를 담았고 했다. 원하시는 목적에 부합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35mm 영화를 직접 본 건 처음이다. 게다가 흔히 보던 영화 포맷도 아니었다. 처음 발견 당시 필름 상태가 매우 안 좋았다는데. 필름 복원 과정에서 디지털화도 하고 색보정까지 진행했다고 한다. 그래서 생각보다 필름 특유의 거친 느낌이 없었다. 인공지능 기술도 사용했을까? 문득 궁금하네

GV에서 영화 복원에 참여한 교수가 설명하기를 풍경론이 곧 보도론, 미디어론으로 발전돼 왔다고 한다. 방송 시사교양프로그램이 떠올랐던 것도 동일한 이론을 바탕에 두고 있었던 이유라고 자답을 해본다.

서울에 돌아와서 독립영화를 꾸준히 감상해 봐야겠다는 생각에 여러 상영관 홈페이지를 들어갔다. 글쎄 한국영상자료원 KOFA에서 90년대 필름 영화를 모아 상영하기 시작했다. 타이밍 기가 막힌다🤭

1990s 시네마테크의 필름들 - 한국영상자료원

현재/예정 프로그램 - 한국영상자료원

www.koreafil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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